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因病奸婢 (인병간비)

 



 



 



어떤 재상의 처가 집에 어린 여종이 있었다.



 



 



이름은 향월(向月)이요, 나이는 18세에 제법 자색을 지녔다.



 



 



재상은 늘 향월을 사랑해 보려 하였으나, 기회를 얻지 못하였었다.



 



 



때마침 향월이 학질( 疾)에 걸려 고생을 하는 중이었다.



 



 



그때. 재상의 벼슬은 내국의 제조(提調)였다.



 



 



하루는 그의 장모가 사위인 재상에게 청하기를,



 



 



『우리 향월이가 학질로써 이다지 고생을 하는데,



 



 



내국에는 반드시 좋은 약이 있을 것이니



 



 



한번 약을 구해서 치료해 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기에 그는,



 



 



『그럼, 어느 날 어느 때 그 병이 더 심해지는지요?』



 



 



하고 묻자. 장모는,



 



 



『바로, 내일이라네.』 하고 대답하니



 



 



그 재상은,



 



 



『그럼, 내일 공무를 끝낸 뒤에 좋은 약을 갖고 올 터이니,



 



 



뒷동산 깊숙한 곳에 커다란 병풍을 둘러 자리를 만드십시오.



 



 



그리고, 그 안에 향월을 눕히고



 



 



다른 사람들은 함부로 출입을 하지 못하게 하면 제가 곧 치료해 드리리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장모는 곧 그의 말과 같이 준비하였다.



 



 



그 이튿날. 재상이 뒷동산 속으로 들어가 불문곡직하고 향월을 껴안았다.



 



 



향월이 크게 두려워하여 땀이 흘러 등을 적시는 것이다.



 



 



재상은,



 



 



『학질이란 몹쓸 병인만큼 이렇게 가혹히 다루지 않는다면



 



 



결코 고치기 어려운 법이니라.』 하고 거듭 일을 치르려 할 때,



 



 



향월은



 



 



『만일, 부인께서 이 일을 아신다면 반드시 제게 벌을 내릴 것이니,



 



 



전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하는 것이다.



 



 



그러자, 그는



 



 



『그렇지 않아. 이 일은 부인이 시킨 일이니라.』 하고,



 



 



일을 다시금 시작하여 흥이 무르녹아지자.



 



 



향월은 재상의 허리를 부둥켜안으면서,



 



 



『이젠, 부인께서 알고 죽인다 하여도 아무런 원한이 없소이다.』



 



 



하여 학질이 모르는 사이에 나은 줄을 깨닫지 못했다.



 



 



그 후 그의 장모가 역시 학질을 만나서



 



 



사위로 하여금 치료를 하게 했더니 사위는,



 



 



『그 병은, 장인 영감이 아니고선 결코 치료하지 못 한답니다.』



 



 



하고 웃음을 머금었다.

Posted by 스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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