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입 ?
옛날 옛날 아주 옛날에,경남하고도 어느 바닷가 조그만 마을에 김용팔이라고 하는 머슴이 살고 있었다.
힘든 일 안해본 것이라고 없는 그인지라, 몸으로 떼우는 것이라면 자신 만만! But,
딱 한가지! 30살이 다 되도록 구름이 몰아치고 비내리는 그 일(이를 운우지사라 한다지!) 만은 못 해 본 것이 해가 갈수록 그를 괴롭히는 원초적 본능이었으니….
(머슴 용팔이라면 걸맞는 용순이라도 있었을 법한데, 지지리도 복이 없든지, 아님 뭔가 애당초부터 꼬인 것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 본문 ?
하루는 상심 끝에 논길을 털레털레 걷고 있는데,스님 한 분이 민생고 해결차 산길을 따라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부처님 용서를!)
용팔이는 번뜩 느낀 바가 있어서,스님 앞에 넙죽 엎드려 자신의 회한을 낱낱이 고해성사 하듯(이럴 때 쓰는 말 맞나?) 읊조렸다.
스님은 찬찬히 용팔이의 관상을 뜯어 본 후 또한 느낀 바가 있는지
“니 이름이 뭐꼬?”
“예, 용팔이라고 합니다.”
“허허, 니 이름이 관상을 못 받쳐 주는구나!”
“당장 이름을 ‘또줄’이라고 바꿔라! 그리고, 이 동네를 떠나거라”
“하오면,단지 그것으로…?”
“내 말 다 안끝났다.
이 동네 저 동네 떠돌다가 니가 제일 맘에 드는 여자를 보게 되거든 무조건 그 집의 머슴으로 들어가 열심히 일하다 보면 자연히 너의 회한을 풀 날이 올끼다.”
졸지에 개명을 하게 된 우리의 용팔이 아니 “이또줄”은 그 길로 주인과 작별의 인사도 없이 홀로 먼 여정을 나섰다.
? 원초적 본능만이 그를 안내했다 ?
산넘고 물건너 어느 산간벽촌에 다달았을 때, 또줄이는 지쳐 있었고, 마른 목이라도 적시고자 우물을 찾았다.
동네 공동우물에 당도했을 때, 앗! 그런데 그는 물보다 더 고팠던 그 무엇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여자닷!
우화앗!(요 감탄사는 무언가? ___ 그냥 여자가 아니라 어여쁜 여자였다는 것...___)
역시, 천시는 지리보다 못하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는 걸까!
전에 살았던 마을에는 눈 닦고 보아도 볼 수 없었던 절세미인이 이렇게 허름한 동네에서 한 큐에 맞부딪치다니…….
또줄이는 그 낭자 뒤를 쫄랑쫄랑 따라가 낭자의 집 싸릿문 앞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이에 놀란 낭자가 취한 응급처치, 일단 계는 아버지를 부른 것이다.
놀란 애비가 나와 보니, 왠 놈이 문 앞에서 농성하고 있질 않는가.
“임마, 니 누고?”
“예, 저로 말씀드리자면, 수몰지구를 피해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인지라 그저 밥만 먹여 주신다면 분골쇄신 머슴의 길을 다하렵니다.”
“허어…”
잠시 주인은 짱구(화이바)를 굴린다.
<그라이라도(이 말 모르면 그냥 넘어 가슈) 부녀 단 둘이 일손이 부족해 전전긍긍하는 차에 이게 왠 떡이고!>
? 세상에 공짜 없다는 건 못 깨우친 불쌍한 영감 ?
주인은 동정인 척하며 또줄이를 머슴으로 접수하였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하릴없이 세월만 죽이면서 호시탐탐하고 있는 또줄이에게 가을이라는 계절이 그의 꿈이 영글 기회를 가져다준 것이다. (자연의 힘은 어느 모로나 위대하여라)
때는 늦가을,추수가 끝나고 나면 그 볏짚으로 초가지붕을 새로 단장하는데, 여기에 쓰이는 볏짚으로 엮은 것을 '이엉'이라고 한다.
작년에 덮었던 헌 이엉을 걷어내고 새 이엉을 덮는 것이 초가집의 특성이다.__ 더이상은 설명 못하겠음,촌닭은 다 앎___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둘이서 하는 일이라,주인은 지붕에 올라가고 또줄이는 밑에서 이엉을 메고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나르는 일을 맡았다.
한 참 시간이 지나고 점심 때가 다 되어 갈 무렵이었다.
마당에 있던 이엉을 메려고 하던 찰라, 또줄이의 눈에는 반쯤 열린 부엌문 사이로 낭자가 쭈그리고 앉아 밥을 짓고 있는 모습이 들어 왔다. 그순간! 또줄이의 원초적병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자기가 이 집에 들어 왔던 경유를 더듬었다. 논두렁에서 만났던 스님의 말씀이 떠오르자........
의외로 또줄이는 머리가 팽팽 돌기 시작했다. 아마도 30년의 한이 모든 뇌세포를 움직이고 있는가 보다.
또줄이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머리위까지 올렸다가 내리면서, 회심의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래, 결심했어!”
또줄이는 곧 결심을 행동으로 옮겼고,제일 먼저 취한 조치가 지붕에 걸쳐진 사다리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리곤, 부엌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짜고짜, 낭자를 덮쳐 입을 막고 그레꼬로망 자세로 들어갔다.
낭자는 청천벽력이라 처음엔 그저 멍~할 뿐이었다.
낭자 앞에 보이는 또줄이는 이미 머슴이 아니었다.
단지 보이는 건 가슴이었다.
낭자는 필사적으로 버티면서, 아버지로부터의 구원의 손길만을 기다리는데, 밀치고 있던 손엔 힘이 빠져갔다.
그런데, 일은 지금부터 시작되었다.
지붕 위에 있던 주인은 머슴이 이엉을 가지고 오지 않자,머슴을 부르기 시작했다.
“주라~ 주라~ 주-우-라~”
이 소릴 들은 머슴은 ‘옳거니’하고 쾌재를 부르며 하는 말,
“봐라, 니 애비가 주라잖아~”
낭자는 모든 것을 체념해버렸다. 팔에 힘도 빠졌거니와 애비란 자가 저렇게 나오니……
잠시 후 필생의 꿈을 이룬 머슴은 흐뭇한 마음 한량없었다.
그런데, 일을 끝마쳤으면 빨랑 이엉을 메고 올라가야 될 터인데 그냥 게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One Time으론 30년의 한을 다 못 푼 모양이다.
머슴이 믿는 건 오로지 지붕 높이 인 것 같다. 설마, 뛰어내리지는 않겠지……
얼마 후, 다시 생기를 찾은 머슴은 재차 시도할 기색을 보이자 낭자는 아까는 얼떨결에 당했지만 이 번에는 죽어도 안된다는 듯이 반항할 자세다.
그러나 그가 누군가! 30년을 오로지 일념으로 살아온 그가 아닌가!
또 다시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데, 이제 지붕위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까는 머슴이 뒷간에라도 갔나하고 그동안 한숨돌리고 있었는데, 영영 안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기다리다 못해 내려가 볼려고 하니, 사다리가 없었다.
뛰어내렸다간 반쯤 갈 것 같아서 시도를 못하고, 열받기 시작했다.
주인은 다시 머슴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Full Name을 불렀다.
“또주라~ 또주라~ 또 주-우-라~”
동시에 부엌에서 들리는 또줄이의 말,
“봐라, 니 애비가 또 주라고 하잖아!”
그리하야, 지지리도 여복없던 용팔이가 스님을 만나는 바람에 소원성취하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는 여기서 끝을 맺습니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고 난 후, 생긴 불후의 명언이 있었으니…….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는 손자/맹자 뺨치는 소리가 전해내려 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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